2005년 06월 06일
가면라이더 히비키 중간평가

이제까지의 가면라이더들 중 가장 이색적인 라이더로써 시작한 '가면라이더 히비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초기 기획 자체가 가면라이더와는 관계없는 음격전사라는 신작품이었다는 것으로 유명한데 종래 시리즈를 감안하면 약 1/3~1/2 정도의 진행에 도달한 시점에 와 있어 잠깐 중간적인 작품 평가를 해 본다.
이제까지의 밀레니엄 라이더들이 그때 그때 나올 때 마다 '이건 절대 가면라이더로써 있을 수 없다'라는 상식 파괴를 도전해 왔지만 히비키에 와서는 이제 그러한 형식 파괴라는 말 조차 무의미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가면라이더라고 생각해볼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주인공은 오토바이를 몰기는 커녕 자동차조차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고(덕분에 누군가가 차로 데려다 주지 않으면 마화망(魔化魍: 이번 히비키의 괴인적 존재)와 싸우지도 못한다) 마화망과 싸우는 일련의 전사들의 이름도 '가면라이더'도 아닌 '도깨비(鬼)'이다. 일본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일본 전래의 도깨비들이 썼다는 기술들 (도깨비 방방이, 도깨비 불 등이나 시키가미 등)을 써서 인간들을 잡아 먹는 마화몽과 싸우는 내용의 작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이색적인 소재들에 비해 전에 '다른 가면라이더'에서 접했던 뭔가를 느끼게 된다. 밀레니엄 라이더의 제1호가 되었던 가면라이더 쿠우가가 바로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히비키는 '히비키'라고 하는 이미 원숙한 도깨비 전사와 그를 동경하는 소년 아스무의 이야기이다. 마화망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매일 꾸준히 단련해가면서 힘을 키워 싸우는 성인의 모습을 보며 아스무가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정해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쿠우가에서의 고다이 유스케와 그의 주변인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완성된 히어로로써의 존재 히비키와 그를 동경하며 꿈꾸는 소년 아스무를 통한 성장 스토리, 가면라이더 히비키에서는 말하자면 두가지의 요소 - 인격적으로 완성된 주인공을 통한 이야기와 미숙한 주인공이 점점 성장해가는 이야기 - 를 교묘히 결함시킨 것이다.
이 작품에게서 쿠우가의 냄새를 느끼게 하는 것은 그 형식에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스토리가 2화 완결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 첫 요소이다. 첫 화에서 마화망이 등장하여 피해가 나거나 도깨비들이 고전하며, 둘째 화에서 그들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이 구조는 실제적으로 쿠우가 이외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은 형식이었다. 이 작품이 일부러 2화 연계 구조를 가지는 것을 보아도 쿠우가를 의식한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인간을 해치는 존재 마화망 역시 다른 라이더 시리즈의 적들보다는 쿠우가의 그롱기에 가깝다. 인간을 먹고 괴롭히는 것을 제일목적으로 삼지만 그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들. 특별한 목적이 드러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기토나 파이즈때 처럼 그 존재나 행동 동기, 목적 자체가 완전히 비밀에 휩싸인 존재인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그롱기와 매우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일본 전통적인 괴물로써 묘사된다. 특히 10화 내외부터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마화망을 만들고 강화시킨다)의 존재는 마치 쿠우가 후반에 등장하던 라 도르도 구(게임의 점수 카운트를 담당하던 존재)나 라 바르바 다 (장미의 문장의 여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마화망과 싸우는 존재들을 도깨비(鬼)라 부르고 그들을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사람들을 타케시(猛士)라고 한다. 어디에 마화망이 나타났다라는 것을 독자적인 연결망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마화망의 약점이나 특성을 옛 문서를 찾아 알아내어 가까운 지역에 있거나 나타난 마화망에 특화된 도깨비들을 파견하는 그들의 행동 역시 다른 시리즈들보다는 쿠우가의 경찰들이 보여주던 패턴이다. 타 시리즈에서 보여주던 개인의 욕망이나 음모, 혹은 집단의 이기주의보다는 '남들을 위하여 싸우거나 도와주는'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합치는 장면들 역시 쿠우가만이 가지고 있던 (적어도 밀레니엄 중에서는) 큰 매력중 하나였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역대 밀레니엄 라이더들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가면라이더 쿠우가를 그 기본 틀로 해서 독특한 소재를 첨가한 드라마를 만들어 낸 것이다. 완성된 히어로를 통한 하나의 가치관을 피로했던 쿠우가와 비교하자면 오히려 그 완성된 히어로의 존재를 동경하는 소년을 강조하여 이중의 효과를 낸 것이 오히려 나았다고 본다. 처음엔 너무 황당한 소재나 연극적 연출등에 거부감을 가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슈퍼히어로물로써 매우 적절한 구성이라고까지 여겨진다.
가면라이더란 이래야 한다, 라는 선입관만 없다면 나름대로 즐겁게 즐길 수 있다고 본다. 특촬 자체는 그다지 잘 된 편은 아니고 영상적 임팩트도 적은 편이지만 블레이드 이후로 늘어난 액션 신에 종종 나오는 썰렁하기도 한 개그 신들이 잘 매치되어 있는 작품이다. 특히 쿠우가 이후에 완성된 히어로의 등장과 성장하는 주인공의 두 요소를 양립시켰다는 것도 이 작품을 계속 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 by | 2005/06/06 13:56 | 실사전대 특촬레인져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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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편끝나고 나오는 엔딩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보게 되는 =ㅅ=
히어로가 복수체제로 늘어난 건 아기토 이후의 경향을 받아들인 거지만 그게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하는 놈들이 아니라 처음부터 동료로 힘을 합쳐 싸우니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어떤 의미에선 구 라이더 시리즈의 소년대원들이나 라이더 집단의 테이스트를 가장 잘 계승했달까)
얼굴은쿠레나이지만
머무멋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