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28일
요새 게임기에 대한 잡소리.

X-BOX 360이 나온지 곧 1년이 되어 가고, PS3와 Wii도 발매, 드디어 1~2년전부터 말하던 '차세대 게임기'가 '현세대 게임기'로 바뀌어 간 시점이 되었는데 막상 그 상황을 보면 그다지 장미빛만은 아닌 거 같다.
일단 눈에 띄는 점 넘버1은 역시 PS3의 부진. 이것은 예견된 사항이기야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그 예상조차도 훨씬 웃도는 부진이기에 (솔직히 이 정도로 철저하게 안 팔려야 정상인 상황이 맞았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래도 PS2의 후계기종인데' 라고 하는 일종의 기대심리도 있었기에 예상보다 더한 부진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게임기 시장은 PS3가 예전처럼 주력이 되기엔 힘들 거라는 눈치들이 많다.
PS3가 안 팔리는 그 이유를 대라면 최소한 4~5개는 댈 수 있겠다. 일단 게임기로써는 말도 안되는 고가격에, 킬러 타이틀의 부재, 스타트 타이틀 수준의 빈약함, 개발자 입장에서 보게 되면 구현하기 힘든 아키텍쳐와 제대로 된 개발 툴 부족. 솔직히 말해 지금의 PS3는 전혀 매혹적인 기계가 아니다.
PS3에 대한 개발자들의 불평 역시 이 게임기가 스타트 시점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존 카멕이나 게이브 뉴웰의 코멘트들은 그야말로 신랄하기 짝이 없다. 게이브 뉴웰은 대놓고 PS3를 총체적 재난 (Total Disaster)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소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PS3를 폐기하고 지금 PS3로 벌려 놓은 모든 사업을 접는 것 뿐'이라고까지 말했는데.... 그건 솔직히 나도 납득. ;;
하지만 이건 또 일본 내 사정과는 얘기가 다르다는 게 문제.
PS3가 전 세계적으로 안 팔리는 이유는 매우 많지만, 일본 시장 내에서 안 팔리는 이유는 오직 하나이다. '비싼 가격'.
일본 내에서 차세대 게임기 구매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 결과는 그 정서를 더더욱 확인케 해 주는 것인데, 이를테면 "나중에 가격이 싸지거나 하면 PS3를 살 맘은 있지만, XBOX360은 나중에라도 살 맘이 없다" 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 내 게이머들에게 차세대(?)로 가는 길에 PS3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긴다는 점이다. 360은 처음부터 선택지 없음. 캐안습이지만.
...대체 왜 그렇게 여기는 걸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짐작가는 점은 몇가지 있다.
현재 차세대 게임기라고 나온 것은 360, PS3, 그리고 Wii 이 세가지인데, 일단 Wii를 진정한 '차세대' 게임기라고 여길 수 있을까?
컨트롤러의 혁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전혀 다른 플레이 방법을 제공한 것으로써는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되지만 현재 게임기에서 제일 중요시 여기는 그래픽이나 처리 능력에 대해서는 기존 게임기보다 나은 점이 없는 (어쩌면 PS2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못할 지도 모르는) 게임기를 차세대 게임기라고 여기기엔 약간 부족한 바가 있다. 아마도 닌텐도에서도 그러한 사항은 짐작하고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약 3~4년 내에 (빠르면 2년 뒤) Wii 소프트웨어에 호환되고 성능은 현재 PS3나 XBOX360에 비교될 수 있는 새로운 차세대 게임기가 지금 Wii 가격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말하자면 Wii로 위모트 컨트롤의 맛을 플레이어들에게 들여 놓고, 몇년 지나서는 어느 정도 성능 향상 시킨 새 기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완전히 뜯어 고치는 모험을 안 하고 Wii의 성패 여부에 따라 다음 진행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것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결국 '그래픽과 처리 능력이 향상된' 새 차세대 게임기를 만족시키는 건 360과 PS3 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소리인데, 일본 내에서 360은 그나마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360이 일본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를 360 자체의 문제점으로 보기에는 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일본 외의 국가에서는 잘 팔리는 (특히 인도에서는 1년 미만동안 160만대가 팔렸다고도 한다) 것을 보아도 일본 시장 내에 그 이유가 있다고 봐야지, 360 자체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말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일본인들에게 있어 '미국산 게임기'에 대한 거부감이 강렬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게임기에 대한 문화적이나 사회적 거부감보다는 영어권 게임기에 대한 언어적 거부감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쪽바리들에게 영어란 젠트라디어같은 존재일테니...) 킬러 타이틀이 나와도 번역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불만이라던가, 유명 타이틀 외에는 번역되지 않은 채 유통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작용하는 바는 클 것이라 여긴다. 서양 게임들의 문화적 차이도 영향을 줄 거라고 여기지만.
일본 내에서는 불쌍하지만 360이 PS3의 부진(이건 솔직히 소니가 자초한 행위니 뭐라 할 말이 없다)을 업고서 치고 올라올 역전 기회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Wii가 이렇게까지 성공한 것도 말하자면 PS3의 실패라는 디딤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는데, 360까지 그 혜택을 보기엔 미국 게임기가 업어야 하는 부담은 매우 큰 것이었달까....
대다수의 일본 게이머들이 조만간 PS3에 쓸만한 킬러타이틀들이 나오고 덤으로 PS3가 충분히 싸지는 시점 (60기가 버전이 대략 4만엔 미만으로 들어 올 정도가 사람들이 움직일 때라고 여긴다만...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까지가 360이 일본시장에 퍼질 수 있는 남은 기회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이후가 되면 일본인들은 360을 선택할 일이 전혀 없어진다.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이 봤을 때엔 정말 이해되지 않은 패턴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과연 360에게 그렇게까지 희망이 없을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일단 아까 말한 PS3가 충분히 싸지는 시점, 이라는 게 빠른 시일 내에 올 거라고 여겨지질 않기 때문이다. 현재 가격들도 소니가 손해 봐 가면서 판매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재고 정리가 되지 않고 판매액이 회수되지 않게 되면 가격이 하락될 요인도 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진짜 'PS3가 싸지는 게 먼저냐, 아니면 사람들이 그걸 못 참고 360으로 넘어가는 게 먼저냐'가 되는 시합인 셈이다.
제일 판매부진이고 미래가 있을 지 걱정조차 되는 기종이긴 하지만 앞으로 다른 두 게임기의 앞날을 (최소한 일본 시장 내에서라도) 좌우할 수 있는 것이 PS3의 행보라는 것이다. 쿼바디스, PS3.
PS: 생각해보면 여기서 소니의 삽질이 얼마나 큰 것이었다는 것도 느끼게 해 준다.
어차피 일본 내 시장만 따져서도 PS3의 선택은 대다수의 소비자에게 '필수'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쓸데없는 구조와 블루레이등의 추가로 그 필수선택 조차 포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눈물날 지경이다.
차라리 360이 그랬듯이 블루레이를 일단 포기하고 (나중에 전용 외장형을 따로 달 수 있게 하던가) 소비자들이 약간의 부담만으로 살 수 있는 레벨까지 '처음에' 내놨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약속이 틀리다고 욕들은 많이 했겠지만 Wii에게까지 뺐긴 시장은 그대로 이어 받았겠지.
...하긴, 이 와중에 '현재의 PS3는 진정한 A/V 머신이 아니다. A/V를 좀 더 강화시키는 버전의 PS3를 20만엔 가격대에 생각하고 있다' 따위의 잠꼬대나 외치는 쿠다라기가 있으니 저런 삽질을 하는 것이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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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7/01/28 16:48 | 전뇌의 유희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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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BL 플레이어'로 취급하더군요
......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p.s.그리고 문제는 차세대매체 자체도 사실 부진하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