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를 보고 왔습니다.

솔직히, 용가리에 심히 데인 이후, 그러고 공개된 트레일러 (처음 공개된 게 벌써 5년은 되는 거 같군요) 등으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기대도 안 한 만큼 실망도 없으리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더군요.
제가 이제까지 보아 온 영화 중 최악의 영화 베스트 5안에 충분히 들고,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랭크를 유지할 거 같습니다.

일단 이 영화의 제일 큰 문제는 모든 사람이 지적한 스토리입니다. 아니, 스토리라는 세세한 문제를 떠나 '순간 영상 외의 내용 전달' 전체에 수준 미달을 보여줍니다. 스포일링을 피하면서 가능한 설명하려고 합니다.

전형적인 헐리웃 식 간료한 내용이라고 해도 한 순간적 상황에서 다음 순간적 상황으로 넘어 가는 데 어느 정도의 개연성(상식 수준에서의)이 있게 전개되는 것이 시나리오의 기본 흐름이 됩니다만, 이 영화에는 그러한 기본적 요소조차 없습니다. 왜 이 장면 다음에 다음 장면이 나오고, 그게 왜 이 무대로 바뀌게 되는가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비교하자면 실사판 트랜스포머 최고의 개그 컷이었던 '큐브를 도시로 들고 가자!' 급이 한 3분마다 계속 터지는 식입니다. 전체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간단하면서도 이러한 컷들간의 연결조차 제대로 해 주지 못하니 영화의 몰입도는 극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전체 시나리오의 열악함 이전의 문제입니다.

그 다음에 영상에서의 문제점 제1호를 꼽자면 극히 일부의 컷을 제외한 세트의 열악함입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거대 괴수 사건을 다룬다고 치기엔 너무나 등장하는 세트나 배경 - 특히 건물 내를 묘사할 경우 - 너무 소박합니다. 마치 무슨 '미국 소규모 촌에서 일어나는 엽기 사건' 영화에나 나오기 딱 좋은 건물들, 집 안, 거리. 용이 나오는 배경. 화면에 보이는 스케일의 문제는 한국 TV 드라마 수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국방부 장관인가 등장하는 사무실의 배경에는 코웃음을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차라리 용가리 때가 더 세트에 신경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CG를 쓴 SFX 화면도 솔직히 떨어집니다. 일단 초반에 조선시대에 등장하는 괴물들 CG는 초기 트레일러 화면에 크게 다르지 않아, 그 CG 수준도 요 근래 왠만한 게임 오프닝 동영상 레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실사와 일부 겹칠 때에는 그 움직임의 어색함 차이가 극렬히 느껴지더군요.
후반의 도시전에는 그래도 초반의 그 CG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잘 봐 줘야 헐리웃판 갓질러 이하의 퀄리티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미군과 괴물 군대와의 싸움에는 CG와 실사간의 어긋남이 눈에 쉽게 띄더군요.
(말을 붙이면, 이 시가전때의 미군 동원되는 거에도 위에 미리 말한 '규모의 소박함'에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압권은 역시 이무기와 싸우던 아파치 부대. 요 근래 게임 오프닝도 그렇게 미끈미끈한 밑부분 텍스쳐는 안 보여준다고. 특히 발칸 긁어 대면서 그 빛이 반들반들한 밑바닥에 반사되는 장면은 실소조차 자아내게 했습니다. 그나마 이 영화의 유일한 셀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특촬 쪽이 이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미니어쳐 세트장은 아무 말이 안 나오더군요. 최소한 미니어처를 썼으면 세세하게까지는 안 바래도 각도에 따른 거대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카메라의 구도가 미니어처 그 자체를 하단 비스듬하게 쳐다 보는 각도로 돌려 찍음으로 '이건 장난감 성이 맞습니다' 라고 인증샷을 찍어대는 기분이었습니다. 카메라 웍을 통한 연출은 감독이 100% 책임져야 할 문제지요.

배우들의 연기력 부재는 따로 말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배우부터 미국 배우들까지, 딱 저가형 TV 드라마 수준이더군요.


마지막에 아리랑 흐르면서 심형래 감독의 변이 흐르는 장면에서는 분노까지 느껴지더군요. 헐리웃에 통하는 세계적인 작품을 내놓겠네 운운했으면 작품으로 승부할 것이지, 정 그런 커멘트가 하고 싶으면 나중에 DVD로라도 나올 때 보너스 섹션으로라도 넣던가 할 것이지, 영화 다 보고 나서 자기 변명 주르르 올라가서 무슨 대한민국 만세 분위기로 무마시킬 작정이냐,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악평만 써 놓은 거 같은데 영상 외 '스토리'라거나 '전개'라는 말로 표현 가능한 요소가 최악이었다는 걸 빼면, 영상만 따지면 "국산 특수 촬영 영화'로써는 그럭 저럭인 점수까지는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일본에서 매년 상영하는 극장판 가면라이더나 가끔씩 만들어지던 고지라 시리즈 수준보다는 나은 정도로 여겨집니다. (혹시나 다시 언급하지만, "특수촬영"만 입니다. 오히려 특촬 이외의 영상적 요소는 그 한참 밑입니다)
그러나 연출력 - 가장 기본적인 카메라 워킹부터, 컷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어느 컷에 어떤 연출을 써서 효과를 늘릴 것인가 - 등을 우선적으로 확실히 연구하지 않는 한, 관객이 최소한 3분 이내의 것은 기억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개가 나오면 안 된다 라는 식의 기본적인 스토리 전개에 대한 공부가 없는 한, 심형래 감독은 백년하청이 될 수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by 천년용왕 | 2007/08/02 22:03 | 실사전대 특촬레인져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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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7/08/02 23:50
영화 자체야 보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으니 할 말 없고, 요즘 D-War에 대해 쓴소리하는 글이나 포스팅마다 붙는 광신도들의 덧글을 보면 구토가 나올 지경입니다. 줄기교에 맞먹는 디워교가 창시된 걸로 보일 지경이죠. -ㅅ-

NOT DiGITAL
Commented by 폭풍의심연 at 2007/08/03 05:11
NOT_DiGITAL /어떤 사물( 영화 )를 보는 시선은 다양하기 마련입니다.

디워 또한 좋게 보는 시선과 나쁘게 보는 시선이 있을수 있죠.

영화들 보지도 않고 영화를 좋게 보는 사람들을 무슨 사이비 종교라도 되는양

대하는것은 좀 아니라고 봅니다만.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7/08/03 07:34
이 영화를 좋게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영화에 대해 비평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을 매국노나 얼뜨기 비평가, 혹은 기존 수구 세력 정도로 매도해대며 심감독을 칭송해대니 문제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입니다만, 저로써는 이 영화를 좋게 본다는 거 만으로도 그 사람들의 수준을 문제시 삼고 싶어지던데 그거까지는 접겠습니다.
다른 의미로 심감독은 세계적 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까지 왔거든요.
...우베 볼이나 에드우드에 비교될, 말이죠. (앞으로 심베볼이라고 불러야)
Commented by NoBody at 2007/08/03 09:10
업계의 밥그릇 싸움을 좀 하자면.. ^^

Rendering만이 CG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바보들이 모여 CG를 만들면 그렇게 된다는 아주 좋은 예 입니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Pixar같은 Full-CG를 하던지, 아니면 Vision전공자의 말을 좀 들어가면서 만들던지...
Commented at 2007/08/03 11: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7/08/03 12:52
폭풍의 심연 / 천년용왕님께서 이미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셨네요. 디워에 대해 비판적인 리뷰나 포스트들에 붙은 덧글들을 한 번 찬찬히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없다고 느끼신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NOT DiGITAL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7/08/03 12:53
비공개님/ 노력과 결과는 다른 겁니다.
많은 투자자들에게서 돈 끌어 들여서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은 '그동안 열심히 했다'가 아니라 '잘 팔릴 만한 영화를 만들었다'으로 져야 합니다.
동정표 내지는 애국심 외에는 셀링 포인트가 없는 영화밖에 못 만드는 제작자라면 일을 저지르지 않는 쪽이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도움입니다.
Commented by 사람 at 2007/08/03 13:34
질문입니다만 영화판 데빌맨하고 이거하고 어느게 더 쿠소합니까?(...)
Commented by 천년용왕 at 2007/08/03 13:41
사람님 // 정말로 어려운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일단 전체 시나리오 자체는 둘 다 막상막하 막장이니 비겼다고 하고,
장면 전개나 컷 등의 화면 연출은 데빌맨 쪽이 훨씬 나으며,
배우 연기력은 디워쪽이 그나마 한발 앞섰으니,
CG 사용 특수 촬영 쪽은 '조선편'은 데빌맨만 못하고 '현대판'에서는 데빌맨보다 나으니....

............100점 만점 중 한 2~3점 정도로 데빌맨이 조금 나을지도?

(나중에 데빌맨과 디워를 비교해서 D-D 대결을 해야 할 거 같네요...;;;)
Commented by 사람 at 2007/08/03 13:48
천년용왕님/절망적인데요....
Commented by akachan at 2007/08/03 20:45
오 D-D 대결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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