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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 최종화 「죄와 벌」 아니메가 맞아

제작비 문제때문이라고는 해도 정말 너무 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던 이번 시리즈도 (생각해보면 이마가와 영감탱이, 하메룬의 바이올린 연주자 TV판이라는 전과가 있었군) 최종화에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액션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스토리적으로는 이걸로 완결되기엔 좀 부족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전쟁중이라는 이유로 실행된 수많은 죄악을 원죄로써 짊어지고 태어난 존재인 철인을 부각시킴으로써 죄와 벌이라는 주제를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이해하겠지만, 결국은 빅 파이어 박사가 한 행위들이 오히려 이 주제를 매우 애매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카네다 박사의 전범 행위가 쇼타로와 철인이 짊어지지 않을 수 없는 원죄였으며 이것이 이제까지 계속해서 쇼타로를 고뇌하게 만든 요소이기도 하지만(개인적으로는 '너 정말 반푼이구만...'이라고 혀를 차게 만들었지만;;) 결국 카네다 박사의 모든 전범 행위는 빅 파이어가 조종한 것이며 누명을 씌운 것이다,라고 어이없이 드러나고 마는, 그런데도 쇼타로와 철인에게는 그 원죄에 대한 죄의식을 계속 요구하는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쇼타로는 "아버지가 죄를 저지른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속죄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엉뚱한 논리로 철인을 처분하려 하였고, 자기도 같이 죽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잘 잘못이 따져진 상황에서조차 애매한 원죄의식을 강요할 바에야 빅 파이어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 씌우지 말던가, 아니면 쓸데없는 속죄를 강요하지 말던가, 했던 쪽이 이번 이마가와 철인의 모순점이 되었습니다. 결국 빅 파이어는 이번 작품에서 카네다 박사와 쇼타로, 철인의 면죄부가 되어 버린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오해고 무지였다'라는 구도는 크게 변한 바 없는 이마가와 시나리오이기에 막상 펼쳐놓고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한 요소고, 무엇보다 원죄에 대한 속죄가 테마라면, 그리고 죽음으로써밖에 갚을 수 없는 속죄라면 좀 더 그 원죄를 무겁게 만드는게 낫지 않았느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쇼타로의 결벽증으로 죄악의 시대를 상징하는 철인을 처분해버렸다,라고 해석해버릴 수도 있고... 어느 쪽으로 보건 납득 가는 것은 없군요)



쓸데없는 자아해석은 여기까지고 다음은 그냥 이번 편 보면서 혼자서 막 꼬집은(?) 면들.

- 이마가와 애니들의 특징 답게, 그리고 최종화 답게 죽은 사람들과 자주 오버랩되는 철인. 아무리 그래도 철인에 류사쿠를 오버랩하는 건 정말로 오버(...)라고 보는데... (류사쿠는 철인때문에 죽었다고, 어이)

- 빅 파이어가 아닌 졸개A(...)가 조종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 강력했던 파이어 3세를 일격에 박살내 버린 무라사메 켄지판 철인.
...역시 반푼이 어린애가 조종하는 것보다는 전직 정보부 장교가 조종하는 것이 강하긴 강하군. 이제까지 당신이 조종해 왔다면 이야기가 여기까지 파국으로 흐르진 않았을텐데...라고 입맛을 다셔야 했다.

- 쇼타로를 위해 사랑하는 여자도 버리고 떠나 버린 무라사메 켄지... 로 보이지만 실은 저거, 전형적인 꽃뱀이 아닐까. ;;; (타카미자와만 불쌍...;;;)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타카짱, '쇼타로 같은 아이'는 절대 안 낳는게 좋다고 본다고...;;;

- 빅 파이어도 말하자면 자기 자신의 정의가 있긴 있었다는 것도 좀 황당. 단순히 돈을 노리던 범죄자가 갑자기 '이런 일본을 용서할 수 있냐!'라고 시키시마에게 호통치는 걸 보면 기분이 참 아햏햏하기도 하다... ;;;
(하긴 진정한 악의 축 시키시마에게라면 빅 파이어라도 호통칠 만...;;;;)

- 옥스의 폭주 원인을 분석하면서 "이것으로 답이 나온 것이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있는 이상 철인은 더이상 병기가 아니다!" 라는 해괴한 결론을 내는 시키시마(& 오오츠카). ...대체 어떻게 추론을 막 넘어 뛰면 '철인과 싸운 기억이 옥스들을 폭주시킨다'라는 분석에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것인지 이마가와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
(철인의 원죄론을 덜어주기 위한 거라면 위의 이유로 더더욱 납득가지 않는 점이기도 하고;;;)

- 철인은 녹아 버리고 그대로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시대의 죄가 묻혀졌다'로 끝나 버리는 이번 최종화. 적어도 그 후 어떻게 되었다, 라거나 다들 어떤 삶을 사는가 정도는 살짝이나마 넣어주는 게 낫지 않나.
(아니면 이건 7인의 나나때처럼 보너스로 한 편 정도 더 들어가는 것일지도)
그나저나 다 녹아 버린 채 바다에 가라 앉은 철인의 머리(였던 부분)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터미네이터3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서 곤란했다. ;;;
(전편 보면서 용광로 운운할 때엔 터미네이터2가 되리라 여겼더니 3가 되어 버린...;;;;)

거의 유일하게 챙겨 본 애니가 끝나 버린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 이마가와 감독의 다음 작품이 볼 수 있으면 (기왕이면 이번 편처럼 금전적 제약이 그다지 없게)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과연 어떻게 될 지...

덧글

  • eienEst 2004/10/01 04:33 # 답글

    ...이번 철인이 아무리 심했대도 하멜 TV판만 했겠습니까;;
    ...그나저나, 철인도 언제 몰아봐야 할텐데. 음..
  • 알트아이젠 2004/10/01 08:17 # 답글

    http://club.shinbiro.com/clb/bbs/sbrClbBbs_View.jsp?bbsid=266425&pg=1&artno=35243

    혹시나해서 퍼 왔습니다.
    애니피아의 '유즈리하 아빠님'의 철인28호 글입니다.
  • skan 2004/10/01 10:12 # 답글

    하멜 TV판, 이마가와 감독 작품이었습니까;
    조금 보긴했지만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 작가 2004/10/01 11:25 # 삭제 답글

    누구말마따나 "시간과 자금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아니 시간은 빼고.
    그나저나 참 찜찜하게 끝나버렸군요.
  • 질풍17주 2004/10/01 14:27 # 답글

    안녕하세요~처음 뵙겠습니다~~~난데없이지만, 링크 신고드립니다 ^_^/
  • 잠본이 2004/10/01 15:51 # 답글

    "시간과 자금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몬타나 존스의 니트로박사 얘기군요.
    엄하게도 이 캐릭터의 국내판 성우가 태양의 사자판에서 오오츠카 경장을 연기했던 황원씨였죠 (샛길로 빠지는구만)

    뭔가 보고나서 엄청 찜찜한 마지막화다 했더니 지적해주신 모순점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생각해보고 납득. (이래서야 자로 최종화에 비해 발전한게 하나도 없잖은가 이마가와!)
  • 잠본이 2004/10/01 15:57 # 답글

    유즈리하아빠님이 누구신가 했더니, pot님이셨군요.
    저분의 글도 꽤 흥미로운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테마면을 보느냐 작극면을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엄청 갈릴 듯...)
  • 낭만클럽 2004/10/02 01:37 # 답글

    역시 챙겨보던 작품이 끝나고 나니 시원 섭섭하군요.^^
  • 천년용왕 2004/10/02 15:21 # 답글

    eienEst님> 하메룬만큼 심하진 않죠... 라기 보다, 이제 와서 그런게 나올 수도 없겠죠. ;;

    알트아이젠님> 좋은 링크 가르켜주셔서 감사합니다.

    skan님> 뭐, 감독작은 아니고 전편 각본에 시리즈 구성입니다만.
    사실 그 지독한 정영상 나열(...)은 이마가와 탓은 절대 아니겠죠.
    (다만 원작의 캐릭터만 가져와서 그렇게 황당하게 만든 건 역시 이마가와...)

    작가님> 이래저래 상황을 보면 처음부터 미디어믹스를 감안한 싸구려 기획으로 시작한 모양이니 어쩔 수 없겠죠.
    이번 작품은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만한 물건입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마가와씨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고 할까요.

    질풍17주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들러주세요.

    잠본이님> 실제 역사를 (그것도 자기네들이 저지른 국제범죄) 가져온 주제에 저렇게 중도에서 끝나버린 점에선 어떻게 보면 자로 이하이긴 하더군요.

    낭만클럽님> 저도 비슷한 기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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