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맨 극장판 - 3. 인간들의 자멸 (감상편)

밑의 것에 이어서 감상 차례입니다.

이것으로 극장판 데빌맨의 평가는 마칩니다. (헉헉헉)


>> 첫 시작부터 15분 정도가 데빌맨 탄생, 그리고 그 후 30분 미만을 데몬과의 비밀스러운 싸움을 다룬다면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약 1시간 15분 정도)에 인간의 약한 내면에서 오는 자멸을 다루는 걸 보아도 감독이나 극작가가 이 작품의 주 테마를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촛점을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원작 데빌맨의 메인 테마도 결국 동일한 것이므로 이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다만, 역시 2시간 영화에, 그것도 적어도 반절 미만을 초반 스토리로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너무 큰 욕심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차라리 OVA처럼 탄생+데몬과의 싸움편 정도만 넣던가 아니면 2부작으로 나누던가 했던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 영화에서 특촬 부분 말고 특별히 칭찬해도 괜찮을 부분 중 하나가 그래도 이 '인간의 공포에서 오는 혼돈'을 잘 표현했다는 점이라고도 할 것이다.
...단, 주연급들 연기하는 거 빼고. ;;

>> 아키라와 미키가 찾아가는 성당의 신부님 얼굴을 보며 '누구였지, 눈에 익은데...' 라고 지나가다 스탭롤 흐르는 걸 보고서야 이마를 쳐 버렸다.
"...내가 나가이 고 얼굴까지 잊어 먹었냐... ;;"

(저 양반은 내 놓은 작품들이 해괴한 거 치고는 생긴게 참 준수해서 저렇게 쫙 빼입으면 더더욱 쉽게 놓친다니까... ;;;)

>> 데몬 특수대와 싸우는 료야 말로 후반부 장면 베스트(?) 3에 들만한 명장면. 정말 '어떻게 연기하면 이렇게 초보 흉내를 낼 수 있을까' 를 극도로 고심하고 연구한 끝에 나왔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러한 멋진 초보 흉내 총질을 자랑한다. 농담 아니라 돌아다니는 초등 2~3년생 정도의 아이들에게 브로우닝이나 우지 모형건 두개를 쥐어주고 한번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 한번 취해봐라,고 하면 나오는 그런 몸움직임을 보여준다.

...뭔 장면인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자기 주변에 있는 적들에게 갈겨대는 료...

그래도 돈 받고 출연한 배우들인데 좀 심한 거 아니냐,라는 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식 외엔 말로 설명할 방법이 본인에게는 없다. 스틸 사진으로는 절대 이 환상의 액션을 보여 드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기도 하다.
(정말 저 장면만은 동영상으로라도 공개하고 싶으니 누가 한 몇주라도 좀 용량이 되는 http 서버 계정을 빌어준다면... 어버버버...;;;)

>> 미국과 일본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일본 거리의 대형 텔레비젼 화면에 적국 아메리카의 뉴스 생방송이 틀어지고 있다. 전시중인데 일본 정부와 경찰은 뭐하나!
(아니면 혹시 밥 삽의 괴력에 굴복하고 그냥 방송 틀어 주는건가, 일본 정부! ;;;)

>> 후반부 걸작 장면이라고 하면 역시 미코의 각성 신. 팔 주변의 용해액을 내품는 딱지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멋진 빛의 날개만 생기는 거 까지는 좋다 치더라도...


...마침 주변에 박혀 있던 일본도를 들고 날아 올라가서...

...아까까지 "데몬이다!" 라고 애꿎은 사람들 쫒아다니던 놈들이
지금 빛의 날개를 펼치며 "칼을 들고" 올라오는 상대를 보고 예쁘다고 홀려 있고!

...방금까지 벌레 하나 못 죽이고 "죄송해요! 죄송해요!" 만 반복하던 여자가
이젠 노련한 무사 폼까지 잡고 있어서...

달려오는 한 놈 베고

다음 놈도 베고

...다음 놈도 베고

.....오는 족족 악즉참....

도망가는 적도 쏘고.... 쏘고?


...이 장면과
......이 장면 사이에 인터벌은 전혀 없습니다만
어느 새 왼손에 소총이 쥐여져 있습니다!!

........혹시 각성한 능력,이라는 게


공 중 원 소 고 정 장 치!?



최후의 적은 들고 있는 일본도를 던져서

척 살.

....당신 우마 셔먼? 고고 유바리??...


...한쪽에선 저 여자 숨겨준 죄로 일가족이 싹쓸이 당하고 있는데 이 여자 이렇게 개그 펼쳐도 되는건가...라고 중얼중얼 투덜거릴 수 밖에 없었다.

>> 마지막에 밥 삽 캐스터의 변신은 확실히 웃겼다. 밥 삽 가지고 뉴스 캐스터를 시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깨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대마왕 제논 역이라니.
일본의 어느 동인의 데빌맨 감상기의 대목 중 "나는 밥 삽이 데빌맨에 출연한다기에 노 메이크로 진멘이나 카임을 하는 줄 알았는데..."라는 말이 떠오른다. ;;;


>> 최후의 데빌맨과 사탄과의 싸움은 바로 그 성당에서 싸움이 시작된다. 그러나 그 둘의 파워가 너무 강하기에 금방 바닥이 무너지고 전투는 지하에서 계속되는데...

...일본의 카톨릭 성당들은 그 지하층을 고대 그리스 신전식으로 만드는가?...
(아니, 분위기는 확실히 나는 거 맞지만 ;;;;)

솔직히 여기 전투신들은 영상적인 면에서 불만은 거의 없다. 다만 스토리 적으로 따져서 너무 멋대로인 게 있어서 여기서 잠깐 씹고 넘어가자면.

원작에서는 미키가 죽은 후 수십년이 지나서 데빌맨 군단이 사탄의 데몬 군단에 필적할 만큼의 세력을 모은 후에 일대 격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온다. 결국 데빌맨 군단과 데몬 군단은 양쪽이 다 멸망해버리고 아키라도 이 전투에서 죽는 것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데빌맨 군단도 없고 아키라는 홀로 데몬들과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수많은 데몬 군단을 상대로 혼자서 서야 한다. ...이러한 절대절명의 시추에이션에서....
...모든 힘을 다해 푸른 오오라를 발하여...
거대한 분신을 만들어내는 데빌맨.


너, 혹시 로드레온!?!?


로드레온 파워로 사탄 외의 모든 데몬 군단을 다 해치운 데빌맨 후도 아키라.
(저 와중에 밥 삽도 죽었겠지...라고 생각하면 왠지 눈물이...;;;)


....이런 타이밍에 갑자기 초 파워 업, 같은 게 당연한 업계(?)라고 해도 이건 좀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 데몬들이 인간들을 싹슬이 해 주고, 후도 아키라가 혼자서 그 데몬들을 또 싹쓸이 해 준 덕분에 지구에 단 둘이 살아 남은 스스무와 미코. 마지막 결심도 그렇고 저 위의 각성 에피소드도 그렇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역시 후도 아키라가 아니라 카와모토 미코였다는 걸 상기시켜 준다. ;;;
(더우기, 얘 뇌리에 남아 있는건 자기를 끝까지 옹호해준 마키무라 미키지, 후도 아키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 그래도 원작 주인공인데 이거 너무 하잖아!)
...농담은 젖혀 두더라도, 전체 작품에서 후도 아키라가 보여줘야 할 장면들의 상당수를 카와모토 미코가 가지고 가 버린 탓에 전체 작품이 애매해진 점도 크다. 특히 인간에 대해 환멸하며 "네 놈들이 진짜 악마다!"라고 단정짓는 장면을 가져가 버린 건 너무했다는 생각조차 든다.


전체적인 평가는 전에 말한대로, 특촬에서는 매우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데 연기력과 시나리오에서 그 이상으로 실망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다. 원작 팬이건 아니건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도 시나리오의 문제라고 여기고, 배우들의 연기는 그나마 강조하려고 한 부분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특촬쪽 만을 볼 생각으로 (전체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적은 편이지만) 영화를 본다면 그렇게 아까운 레벨은 아닐 것이라고 여기지만 그러기에 2시간은 너무 길다. 개인적으로는 어지간히 관심가지 않는 한 "재미를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by 천년용왕 | 2004/11/06 06:38 | 실사전대 특촬레인져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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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kan at 2004/11/06 09:22
저 료의 총쏘는 장면은 정말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작가 at 2004/11/06 09:29
호로비로 데몬~
Commented by 다인 at 2004/11/06 12:12
주연이 너무 못해서 어쩔수 없이 여자에게 준게 아닐까요(데엥)
Commented by 보름 at 2004/11/06 13:02
여러모로 대단하군요ㅡㅡ;
Commented by 사람 at 2004/11/06 13:24
웃던 울던 화나던 원톤으로 연기하는 아키라군....
일본어 못 알아먹었으면 니가 나쁜놈인 줄 생각했을겁니다....만 그 목소리는 꺼벙해서 도저히 그리는 안 들이는 것도한
개그.....
Commented by 이십오 at 2004/11/06 15:09
다인님의 의견에 한 표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11/07 00:47
이제 미코 x 미키 동인지가 시장을 석권하는...(일은 없어!)
Commented by 낭만클럽 at 2004/11/07 22:17
다인님 의견에 저역시 한표를.^^;;;
미코의 각성신을 볼땐 몰랐는데, 정말 어느순간 총이 나타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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