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23일
데스노트에 대한 개인적 편견.

올해 제일 화제가 된 만화를 꼽는다면 역시 '데스노트'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천재 소년이 사신의 데스노트를 소유하게 되면서 일어 나는 이 만화는 특별히 설명할 필요 없이 매우 독특한 방식의 서로 쫓고 쫒기는 두뇌 플레이를 연출하는 면에서 아직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만 저 자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만화 중 하나입니다.
일단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이 많이 섞인 견해이기에 거부감이 드시는 분들도 계시고 납득하기 힘드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일단 이 만화의 문제점(?)에 대해 여기서 말해 보려 합니다.
제가 처음 데스노트를 읽었을 때 가졌던 생각은 이 '데스노트'라는 개념 자체가 절대 장기 연재엔 맞지 않은 위험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이런 타입의 "주인공이 어느날 초자연적인 힘을 얻게 되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라는 스토리로 이야기를 진행하게 될 경우, 단편과 장편에 따라 그 전개 방향이 달라집니다. 단편의 경우는 보통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그러한 초능력을 갑자기 얻게 되어 가치관의 혼동과 새로운 욕구의 발생을 통해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의 방향이고, 여기서는 그 힘에 어떤 제한이라는 것이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있는 힘을 다 발휘하는 걸 짧게 보여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장편을 연재할 때입니다만, 그러한 초능력을 가지고 가능한 행위라던가 그때문에 일어나는 극중 세계의 변화등을 보여주는 데엔 길어야 1권 이상은 쓰일 수가 없습니다. 그 이상을 끌고 나가긴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힘이 있는데도 자기 맘대로 뭔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상대역, 즉 갈등관계에 있어 서로 동등하면서 대립적인 적이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소년 만화들이 격투물로 빠지는 것도 결국은 이것 때문이지요. 이러한 대결 구도를 피하기 위해 다수의 에피소드가 모이는 이야기로 전개시키는 만화들도 많습니다만 여기서는 넘어 가겠습니다.
제가 이 구조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죠죠 시리즈입니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도 피해를 입힐 수도 없는 특수능력 '스탠드'는 이 능력을 갖춘 주인공들에게 다른 일반인들과는 훨씬 우월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만듭니다만, 이 능력은 절대 전지전능이 아닙니다. 주인공들 외에도 스탠드 능력자는 (그것도 주인공에 적대시하는) 존재하고 스탠드 능력자들에게 있어서 스탠드는 다른 일반인들처럼 그 존재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파워가 아닙니다. 모든 스탠드에는 나름대로의 능력의 법칙, 제한등이 존재하여 자신이 가진 스탠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상대 스탠드의 약점을 찌르는 두뇌 플레이 싸움이 죠죠에 있어 매우 긴박한 구도를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데스노트라는 것은 이러한 구도를 가지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일단, 너무 완벽한 능력입니다. 상대방의 이름만 쓰면 그대로 상대방은 죽고 만다. 이름을 쓴 시점에서 이쪽은 아무런 반격의 위협 없이 게임을 끝낼 수 있습니다. 몇몇 제한(얼굴을 알아야 한다, 풀 네임을 알아야 한다)등이 있습니다만 데스노트가 가진 파괴력에 비하자면 매우 사소한 문제점일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큰 문제는 이 데스노트를 가진 자가 (초반에는) 주인공 라이트 혼자 뿐인, 그야말로 주인공 혼자가 완벽한 먼치킨인 상황인 것입니다. 물론 데스노트의 성격상 라이벌 상대가 또다른 데스노트를 가졌다고 해서 이것이 대결구도로 가기엔 너무나 힘든 면이 있습니다.
(이름이 쓰여졌냐에 따라 생사가 곧바로 결정되는 이상 반격의 여지가 전혀 없지요)
거기에 킬러가 된 라이트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제2의 데스노트도 아닌, 그렇다고 다른 특수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 아무런 초능력이 없는 인간들(경찰)입니다. 여기서 게임은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이쪽이 일반 사회에서 최고의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을 가진 존재라고 해도 저쪽은 이미 그러한 사회적, 물리적 법칙과 동떨어진 초능력을 행할 수 있는 상대이니까요.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이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L이라는 존재가 탄생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데스노트에 제일 큰 문제점이라고 여기는 점이 바로 이 L입니다. L을 킬러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결시키기 위해 작가는 L의 관점을 작품 밖으로 꺼내고 말았습니다. L의 추리라는 것은 수많은 관련 정보 중 매우 사소한 단서만을 골라내서 다른 좀 더 현실성 있는 것들을 버리고 일반적 상식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것들만을 추려내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그의 행동은 말하자면 '이미 모든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사람'이 선택하는 선택지와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그의 그러한 납득가지 않는 행동이 용서되는 것은 '독자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L이 라이트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이 증세는 더욱 심해집니다. 극중으로써는 그럼으로써 서로가 꼬리를 물고 치열히 싸우는 것이 됩니다만, 이러한 행동이 더더욱 L이라는 캐릭터를 '만화 속의 캐릭터'라는 것과 거리가 멀게 만듭니다. 라이트가 킬러일 수가 없다라는 물리적인 증거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집착하며 "그의 위장을 무의식적으로 간파"하는 것은 그가 추리의 천재여서가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L은 라이트의 폭주를 막고 대결구도를 유지시키기 위한 독자의 (혹은 작가의) 분신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얻은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보이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다루는 만화로써 데스노트는 이제까지 다른 만화들이 전혀 손대지 않은 방향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말하자면 다른 만화들이 손대지 않았다기 보다는 "손 댈 수 없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노트는 L이라고 하는 지극히 부조리한 캐릭터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 만화가 되어 버렸다고 저는 여깁니다.
문제는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장편을 연재할 때입니다만, 그러한 초능력을 가지고 가능한 행위라던가 그때문에 일어나는 극중 세계의 변화등을 보여주는 데엔 길어야 1권 이상은 쓰일 수가 없습니다. 그 이상을 끌고 나가긴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힘이 있는데도 자기 맘대로 뭔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상대역, 즉 갈등관계에 있어 서로 동등하면서 대립적인 적이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소년 만화들이 격투물로 빠지는 것도 결국은 이것 때문이지요. 이러한 대결 구도를 피하기 위해 다수의 에피소드가 모이는 이야기로 전개시키는 만화들도 많습니다만 여기서는 넘어 가겠습니다.
제가 이 구조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죠죠 시리즈입니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도 피해를 입힐 수도 없는 특수능력 '스탠드'는 이 능력을 갖춘 주인공들에게 다른 일반인들과는 훨씬 우월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게 만듭니다만, 이 능력은 절대 전지전능이 아닙니다. 주인공들 외에도 스탠드 능력자는 (그것도 주인공에 적대시하는) 존재하고 스탠드 능력자들에게 있어서 스탠드는 다른 일반인들처럼 그 존재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파워가 아닙니다. 모든 스탠드에는 나름대로의 능력의 법칙, 제한등이 존재하여 자신이 가진 스탠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상대 스탠드의 약점을 찌르는 두뇌 플레이 싸움이 죠죠에 있어 매우 긴박한 구도를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데스노트라는 것은 이러한 구도를 가지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일단, 너무 완벽한 능력입니다. 상대방의 이름만 쓰면 그대로 상대방은 죽고 만다. 이름을 쓴 시점에서 이쪽은 아무런 반격의 위협 없이 게임을 끝낼 수 있습니다. 몇몇 제한(얼굴을 알아야 한다, 풀 네임을 알아야 한다)등이 있습니다만 데스노트가 가진 파괴력에 비하자면 매우 사소한 문제점일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제일 큰 문제는 이 데스노트를 가진 자가 (초반에는) 주인공 라이트 혼자 뿐인, 그야말로 주인공 혼자가 완벽한 먼치킨인 상황인 것입니다. 물론 데스노트의 성격상 라이벌 상대가 또다른 데스노트를 가졌다고 해서 이것이 대결구도로 가기엔 너무나 힘든 면이 있습니다.
(이름이 쓰여졌냐에 따라 생사가 곧바로 결정되는 이상 반격의 여지가 전혀 없지요)
거기에 킬러가 된 라이트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제2의 데스노트도 아닌, 그렇다고 다른 특수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닌 아무런 초능력이 없는 인간들(경찰)입니다. 여기서 게임은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이쪽이 일반 사회에서 최고의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을 가진 존재라고 해도 저쪽은 이미 그러한 사회적, 물리적 법칙과 동떨어진 초능력을 행할 수 있는 상대이니까요.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이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L이라는 존재가 탄생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데스노트에 제일 큰 문제점이라고 여기는 점이 바로 이 L입니다. L을 킬러와 동등한 입장에서 대결시키기 위해 작가는 L의 관점을 작품 밖으로 꺼내고 말았습니다. L의 추리라는 것은 수많은 관련 정보 중 매우 사소한 단서만을 골라내서 다른 좀 더 현실성 있는 것들을 버리고 일반적 상식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것들만을 추려내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습니다. 그의 행동은 말하자면 '이미 모든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사람'이 선택하는 선택지와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그의 그러한 납득가지 않는 행동이 용서되는 것은 '독자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L이 라이트에 집착하기 시작하면서 이 증세는 더욱 심해집니다. 극중으로써는 그럼으로써 서로가 꼬리를 물고 치열히 싸우는 것이 됩니다만, 이러한 행동이 더더욱 L이라는 캐릭터를 '만화 속의 캐릭터'라는 것과 거리가 멀게 만듭니다. 라이트가 킬러일 수가 없다라는 물리적인 증거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집착하며 "그의 위장을 무의식적으로 간파"하는 것은 그가 추리의 천재여서가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L은 라이트의 폭주를 막고 대결구도를 유지시키기 위한 독자의 (혹은 작가의) 분신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얻은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보이고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다루는 만화로써 데스노트는 이제까지 다른 만화들이 전혀 손대지 않은 방향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말하자면 다른 만화들이 손대지 않았다기 보다는 "손 댈 수 없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스노트는 L이라고 하는 지극히 부조리한 캐릭터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 만화가 되어 버렸다고 저는 여깁니다.
# by 천년용왕 | 2004/12/23 21:16 | 코믹파티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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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주절주절 잡설.
이리저리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글로 정리하려니 바쁘고 귀찮고 시간없고...해서 그냥 짧은 잡설로만 끄적여봅니다. 1. 데스노트 vs 아쿠메츠 천년용왕님의 데스노트에 대한 개인적 편견의 리플에 썼지만, 데스노트는 라이토 vs L의 게임으로 전락했습니다. (2권까지 보고 쓰는 겁니다만, 4권까지 간들 뭐가 달라질까 싶습니다.) [악인을 죽이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대의는 온데간데 없고, 죽어나가는 범죄자는 게임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필요한 작은 장치힐 뿐입니다.석연찮은 추리, 석연찮은 행동패턴 등 리얼리티는 제껴......more
그 와중에 덧글 작성해주신 분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
eienEst님> 저도 네타거리 외엔 그 만화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
[후하하하 봐라! 나의 스탠드는 1초에 360번의 사사미질로 네놈의 복대따위는 수능 시험 성적표로 만들어버릴수 있단다! 넌 이제 죽는단다!!]
......아잉♡
그래도 국내에 나온 1,2권은 사서 봤는데요.
작가의 역량이 어떻게 될지 평가해보는 마음으로 보고 있답니다.;; 종결을 어떻게 끝내냐에 따라서 평가는 갈리겠죠.
그나마 점프 내에서의 인기도 요즘은 D-그레이가 너무 절정이라서 연재조차 오래 못 갈 거 같지만.-_-
그러다보니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지고 말이죠.
이걸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 지을 작정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것 때문에 계속 보고있달까요.
아... 그리고, 링크신고합니다 ^^
전지전능한 데스노트보다도 완벽한 이가 바로 L이죠.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