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옛 영화를... 1. 무숙자

7~80년대에 유년기를 맞은 사람들에게 있어 서부영화란 이미 어렸을 때부터 쇠퇴기를 접한 장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도 당연히 그 축에 드는지라 이제 와서 기억나는 서부 영화를 대자면 셰인 외에는 대부분 정통파보다는 마카로니 웨스턴이 많다.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My Name is Nobody' (국내명: 무숙자)를 들 것이다.

'내 이름은 튜니티' 시리즈에서 유쾌하고 무엇보다 빠른 피스톨 솜씨를 보여준 테렌스 힐과 여러 정통 웨스턴의 슈퍼스타였던 헨리 폰다가 두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마치 정통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넘어가는 세대 교체를 묘사한 듯한 작품이다.



전설적인 총잡이로써 명성 높은 잭 볼러가드(헨리 폰다)도 나이를 먹어 가면서 활기를 잃게 되며 서부를 떠날 생각을 하지만 다른 무법자들은 그러한 그를 절대 놔 주지 않는다. 언제나 습격당하면서도 어떻게든 헤쳐 나가지만 그럴 때마다 그만 두고 싶어 하는 그에게 스스로를 Nobody(아무도 아니다)라고 하는 젊은이가 나타나게 된다. 어려서부터 잭을 존경해 오고 그를 진정한 영웅으로써 마치게 하고 싶어하는 노바디와 잭은 서로 어떤 때는 마찰을 빚고 어떤 때엔 의기투합을 하며 같이 지내는 사이 어느새 노바디는 잭의 뒤를 잇는 존재가 되어 간다.

정통 웨스턴를 상징하는 듯한 배우 헨리 폰다는 늙고 옛 패기를 잃어 버렸지만 아직 노련함을 잃지 않은 선배로, 테렌스 힐은 촐싹맞고 옛 영웅이 보여주던 품위는 없지만 젊음과 패기를 갖추며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이 영화는 마치 서부 영화의 흐름이 정통파에서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옮겨 가는 그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서부 영화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건 구세대라는 것은 형식과 품위가 존재하지만 그에 따른 패기와 추진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 뒤를 이을 신세대에게는 모든 면에서 풋내기이니만큼 젊음과 패기로 구세대의 뒤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이 영화의 즐거운 점은 이러한 세대 교체론을 기본으로 했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하나의 '그리움'이라는 요소가 장면 곳곳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 그리움은 서로가 자신이 현재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이 이 세대 교체물의 묘미이다. 젊은이는 노인에게서 옛 영광의 모습을 동경하고, 노인은 젊은이에게서 젊음과 패기에 감복한다. 이러한 두 그리움을 무엇보다도 잘 살린 것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테마곡이라고 여겨진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수많은 명곡들과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어느 과거, 혹은 시대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어필해준다. (원스어폰인 아메리카나 시네마 천국등은 애수에 가까운 그리움이었다면 무숙자는 좀 더 유쾌한 감정이지만) 똑같은 그리움이 느껴지는 데에도 다른 곡들에 비해 이 쪽이 훨씬 유쾌하고 밝은 것은 아마 잭이 노바디에게서 보는 '자신이 과거에 가졌던 패기'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라는 느낌을 받긴 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최대 백미를 꼽는다면 역시 잭 볼러가드가 150여명의 무법자를 상대로 단신으로 싸우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노바디는 잭에게서 과거 전성기의 영웅행위를 동경하며 이제 쇠퇴해 버린 그에게 좀 더 영웅다운 상황을 만들고 싶어한다. 자신의 영웅이 진정한 영웅으로 남기를 바래서 결국 온갖 뒷작업을 통해 그를 어쩔 수 없이 150여명의 무법자와 싸워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고 그 상황에서 그의 쾌거를 '당신은 역사에 남을 인물이야!'라며 기뻐하는 장면이야 말로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이다.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무대에서 은퇴시킨 노바디는 극 중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잭 볼러가드와 같은 영웅이 될 수 없고,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잭처럼 품위있고 멋지게 싸우지 않지만 유쾌하게 자신이 받은 바톤을 이어 받아 최강자의 타이틀을 지키는 그의 모습은 새로운 세대가 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그 맥을 이어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 영화가 제작된 것이 70년대 초반, 이미 서부영화는 정통이건 마카로니건 주 장르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그 이후에도 수많은 트렌드가 생겼다 없어져 왔지만 아직도 이러한 '맥'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주자에게 계속 전달되어 왔던 것이다.

PS : 이 영화의 제목 'My Name Is Nobody' 그리고 주인공의 이름 'Nobody'라는 건 참 재미있는 복선이다.
맨 처음 잭의 속사를 본 이발사와 그의 아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면 이러한 말이 나온다.

"Faster than him? Nobody!"
"그보다 더 빨리 뽑는 사람? 아무도 없지!"

뭔가 멕베드에 나오는 마녀의 예언과 비슷한 것이지만 결국 잭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였던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저 대목과 제목에 맞춰 Nobody 이름을 한글식으로 고치려면 뭐가 될 수 있으려나...;;;)

by 천년용왕 | 2005/03/20 02:05 | 실사전대 특촬레인져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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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보름 at 2005/03/20 02:30
없는몸.....
......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ageha at 2005/03/20 07:50
한국을 아주 좋아합니다, 일본인입니다.

기계 번역이므로, 한국어는 형편없습니다.
함께 회화 시켜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의 홈 페이지에도, 놀러 와 주세요.
한국인은 적습니다... 운다
http://www.asian-image.info/
Commented by 리엽 at 2005/03/20 12:22
제목과 이름이나... 그런게 상당히 놀랍군요.
Commented by 스틱스 at 2005/03/20 13:11
단순 번역으로는 알아듣기 힘든 말장난이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5/03/21 00:46
'아무도'는 어떨까요.
Commented by 이진명 at 2005/09/29 12:39
무숙자 비디오테잎 구할 수 없나요? 연락 바랍니다.
wjma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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