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영판 G건담 소감

주말에 잠시 집에 다녀 오면서 투니버스판 '기동무투전 G건담' 재방송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게 된 화는 네오 캐나다의 럼버 건담이 나온 8화와 레인의 과거가 나온 11화였습니다만...

G건담에 대해 이제 와서 여기서 말할 건 그다지 없을테고(설령 얘기해도 나중에 제대로 개인적 감상을 쓰고 싶기도 하고) 국내판 - 엄밀히 말하면 성우들의 연기 문제 - 의 감상을 일단 말하자면, 가끔씩 보는 국내 성우들 목소리들의 가장 큰 문제점중 하나라고 평소에 여기는게 아직 해결되지 않았구나...라는 점에 약간은 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국내 성우들의 제일 큰 문제중 하나는 '우는 소리를 잘 못 낸다'라고 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목소리 하나하나에 너무 멋을 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솔직히 기합이라거나 호령하는 것은 상당히 어울리지만 그 외의 감정이 격해질 때엔 매우 어색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G건담 초기에서 도몬 카슈에 대한 캐릭터에 한가지 큰 이미지가 생긴 화가 바로 8화입니다. 여전히 쿨 니힐한 척하고 남들에게 차가운 말만 하고 싸울때엔 속칭 열혈 목소리만 내곤 하지만, 막상 럼버 건담이 계곡에 떨어지려고 할 때, 그리고 그 바로 위에 아르고 가르스키가 서 있었을 때 도몬은 그야말로 레인을 살려달라고 '애걸'하게 됩니다. 평소의 니힐한 목소리도 싸울 때의 악쓰는 것도 아닌, 거의 반은 우는 목소리로 '샤이닝건담의 목이라도 줄테니까 제발 레인을 구해줘'라고 비는 장면입니다.

솔직히 말해 여기서의 도몬은 '꼴불견'입니다. 평소에 잡던 겉폼은 다 사라지고 그저 다급하고 울고 싶은 심정에서 그저 살려달라고(자신이 아니라 레인을,이지만) 비는 꼴불견을 보여주는 겁니다. 하지만 그 꼴불견이야말로 도몬 캇슈라는 캐릭터가 마음으로 아끼는 상대를 얼마나 절실히 여기는지를 시청자에게 단 한 순간에 표현했다고 여깁니다. 제가 국내 더빙판에서 실망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의 '데이먼 캐시'는 전혀 꼴불견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레인을 구해달라고 애걸하지 않고 대신 폼을 잡으며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에서 약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G건담의 전 화를 따져보면, 의외로 도몬이 '꼴불견'을 보여줄 장면은 앞으로도 많이 있습니다. 사부를 만나서 울고, 배신당해 또 울고, 주변 사람들에게 화풀이하면서 칠칠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레인이 떠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고서 돌아와 달라고 빌어대고, 마지막엔 데빌건담화되어 자기를 거부하는 레인을 보고 '이건 너무한 거야'라면서 넠두리까지 하는 그러한 꼴불견들이 도몬 카슈라는 사나이의 특징을 쌓아갑니다만, 과연 국내판에서 얼마나 '데이먼 캐시'가 그 꼴불견을 제대로 보여 줄 것인지, 앞으로 얼마나 우는 소리를 잘 내 줄 것인지가 기대되기는 합니다.

by 천년용왕 | 2003/11/03 23:22 | 아니메가 맞아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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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잠본이 at 2003/11/07 11:05
오호 우는 소리라. 참으로 중요한 지적이시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성우들은 너무 우아하거나(?) 사무적이라서(?) 감정이 북받쳐오르는 부분에서는 느낌이 죽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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